갈대 갈대 언제부터인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그는 .. 감동시 2017.03.25
가을엽서 가을 엽서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 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 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시 : 안도현 감동시 2017.03.25
숲에는 모서리가 없다 숲에는 모서리가 없다 사는 일에 마음 다쳐 머리 기댈 가슴이 없을 때 시린 손 감싸 줄 손마저 없어 문을 닫아걸고 싶을 때 숲으로 가라 숲길을 땀에 젖어 걷노라면 나무와 바람, 구름과 새 만나는 모두가 친구가 된다 허물이라고는 없는 다정한 친구 사는 일에 마음 다쳐 우는 그대 숲으로.. 감동시 2016.11.10
생각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높아만 가고 낙엽은 길섶에 딩굴어 허전하고 바람 스산하게 부는 저녁 무렵 실비집 주점에서 소주 한잔 생각나는 그런 계절이다. 이런 계절에 이런 시를 읽으면 어떠할까요? 생각 술병 속에 현재가 들어 있고 술잔 속에는 철없던 시절과 미래가 있다 술을 마시면 .. 감동시 2016.11.10
가을길을 걸으며 가을 길을 걸으며 하늘은 더없이 청명하였고 깃털 같은 구름 몇 점이 나무 가지에 걸쳐 있었네 다람쥐가 도토리를 쏠다가 놀라 도망치더니 가랑잎에 숨어 엿보았네 꽃길을 걸었네 코스모스의 분내가 벌 나비와 나도 초대해 주었네 저물어 가는 생의 길목에서 잘 살았노라고 감사하며 행.. 감동시 2016.11.10
백일홍 백일홍 누가 화무십일홍이라 했던가? 정한이 사무치면 저 또한 아닌 것을 님 향한 그리움인가 타향살이 설움인가 칠월 무더위에 백 날을 지고 피고 풍년을 바라오면 이팝꽃을 피울 것을 흉중에 서린 한 붉게도 피고 지고 무슨 사연 저리도 서러워 7월 무서리에 감은 눈 다시 뜨는가 시 : 원.. 감동시 2016.07.04
개망초 개망초 6,7월 망초꽃 지천으로 피어있다 그냥 잡풀이었지 내 눈에 들기 전에 이름도 몰랐으니 복판은 한사코 마다하고 길섶에만 피어 있어 눈부시지도 않고 향기롭지도 않고 무엇 하나 내노라 할 게 없이 그냥 서 있는 거다 희멀겋게 뽑아 올린 줄기에 너더댓 가지 뻗고 다시 잔가지 서너 .. 감동시 2016.07.04
도라산 역 도라산 역 손 뻗으면 닿을 듯이 눈으로는 보이지만 한 뼘 길을 두고서도 늘 멀었던 안부처럼 섬으로 갇혀진 우리, 잠궈버린 문이 있다 진주알로 키워내는 인내의 시간들이 노을빛에 더욱 붉은 감잎의 가을로 와 가끔은 한강 물길도 몸을 틀곤 하였지 서서히 숨 고르며 방향키 바로 잡으니 .. 감동시 2016.07.04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 빗자루로 쓸어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 감동시 2016.07.04
울음이 타는 가을 강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마음도 한 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 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 보담도 내 보담도 .. 감동시 2016.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