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행복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감동시 2012.04.05
옛날의 그집 옛날의 그집 비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 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 같이 휑뎅그렁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쑥새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히 뜰은 넓어서 배추 심.. 감동시 2012.03.28
나무 나무 바람과 햇빛에 끊임없이 출렁이는 나뭇잎의 물살을 보아라 사랑하는 이여, 그대 스란치마의 물살이 어지러운 내 머리에 닿아 노래처럼 풀려가는 근심 그도 그런 것인가 사랑은 만 번을 해도 미흡한 갈증 물거품이 한없이 일고 그리고 한없이 스러지는 허망이라도 아름다운 이여, 저.. 감동시 2012.03.28
천년의 바람 천년의 바람 천 년 전에 하던 장난을 바람은 아직도 하고 있다 소나무 가지에 쉴 새 없이 와서는 간지러움을 주고 있는 걸 보아라 아, 보아라 보아라 아직도 천 년 전의 되풀이다. 그러므로 지치지 말 일이다 사람아 사람아 이상한 것에까지 눈을 돌리고 탐을 내는 사람아 시 : 박재삼 감동시 2012.03.28
이 꽃잎들 -만화방창한 봄의 서정 이 꽃잎들 천지간에 꽃 입니다 눈 가고 마음 가고 발길 닿는 곳마다 꽃 입니다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지금 꽃이 피고 못 견디겠어요 눈을 감습니다 아 눈감은 데까지 따라오며 꽃은 핍니다 피할 수 없는 이 화사한 아픔 잡히지 않는 이 아련한 그리움 참을 수 없이 떨리는 이 까닭 없는 분.. 감동시 2012.03.26
설중매 설중매 송이송이 흰빛 눈과 새워 소복한 여인모양 고귀하여 어둠 속에도 향기로 드러나 아름다움 열꽃을 제치는구나 그윽한 향 품고 제철 꽃밭 마다하며 눈 속에 만발함은 어늬 아낙네의 매운 넋이냐 시 : 노천명 감동시 2012.03.26
매화송-매화꽃 지는 밤의 서정 매화송 매화꽃 다 진 밤에 호젓이 달이 밝다 구부러진 가지 하나 영창에 비치나니 아리따운 사람을 멀리 보내고 빈 방에 내 홀로 눈을 감아라 비단옷 감기듯이 사늘한 바람결에 떠도는 맑은 향기 암암한 옛 양자라 아리따운 사람이 다시 오는 듯 보내고 그리는 정도 싫지 않다 하여라 시 :.. 감동시 2012.03.26
등나무-최선을다하는삶 등나무 잘 정돈된 양로원 넓은 정원 한켠 백년도 족히 넘었다는 하늘 덮은 푸른 등나무 몸부림치며 엉켜서 하늘을 밀어 오르고 있다 땅 가까이 밑둥 속은 전부 삭아내려 끊어질 듯 아슬아슬한데 한 뼘 넓이 껍질로 푸른 집 한 채 지키고 있다 목숨이 끝날 때까진 삶의 의미라는 듯 저 나이.. 감동시 2012.01.20
토란잎에 궁그는 물방울 같이는 토란잎에 궁그는 물방울 같이는 그걸 내 마음이라 부르면 안 되나 토란 잎이 간지럽다고 흔들어대면 궁글궁글 투명한 리듬을 빚어 내는 물방울의 그 둥근 표정 토란 잎이 잠자면 그 배꼽 위에 하늘 빛깔로 함께 자고선 토란 잎이 물방울을 털어 내기도 전에 먼저 알고 흔적 없어지.. 감동시 2011.11.18
반성 100 반성 100 연탄 장수 아저씨와 그의 두 딸이 리어카를 끌고 왔다 아빠, 이 집은 백 장이지? 금방이겠다, 머. 아직 소녀티를 못 벗은 그 아이들이 연탄을 날라다 쌓고 있다 아빠처럼 얼굴에 껌정 칠도 한 채 명랑하게 일을 하고 있다 내가 딸을 낳으면 이 얘기를 해 주리라. 니들은 두 장.. 감동시 2011.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