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민들레 가장 높은 곳에 보푸라기 깃을 단다 오직 사랑은 내 몸을 비워 그대에게 날아가는 일 외로운 정수리에 날개를 단다 먼지도 솜털도 아니게 그것이 아니면 흩어져버리려고 그것이 아니면 부서져버리려고 누군가 나를 참수한다 해도 모가지를 가져가지는 못할 것이다 시 : 신용목 감동시 2012.06.08
멀어서 다행이다 그래서 여행이다-여행을권하는시 멀어서 다행이다 그래서 여행이다 다행이다 매일 갈 수 없기에 매일 그리워할 수 있어서 하루에도 열두 번 꿈으로 행복할 수 있으니 여행이다 두근두근 가슴 설렘에 생수처럼 칼칼한 긴장 한 모금 새로운 만남 속엔 늘 새로운 내가 있으니 다행이다 아름다운 것들은 멀리 떨어져 있기에 .. 감동시 2012.06.08
너를 기다리는 동안-연시 너를 기다리는 동안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 감동시 2012.06.08
남편-주부가공감할시 남편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 감동시 2012.06.08
산을오른다-등산을권하는시 산을 오른다 산을 오른다 하늘 맑은 날 다리 아픈 아내와 야트막한 산을 오르며 산이 되고 싶다 생각한다 누구나 잠깐 서너 시간이나마 머물다 가도록 그리 높지 않은 언덕을 가진 쉼터가 되고 싶다 각자의 도시락에 좁다란 깔자리에 매운 고추 한 점에 된장 한 조각 산이 되고 싶을 때 있.. 감동시 2012.04.06
농담 농담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재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 감동시 2012.04.05
백년 백년 와병 중인 당신을 두고 어두운 술집에 와 빈 의자처럼 쓸쓸히 술을 마셨네 내가 그대에게 하는 말은 다 건네지 못한 후략의 말 그제는 하얀 앵두꽃이 와 내 곁에서 지고 오늘은 왕버들이 한 이랑 한 이랑의 새잎을 들고 푸르게 공중을 흔들어 보였네 단골 술집에 와 오늘 우연히 시렁.. 감동시 2012.04.05
날랜 사랑 날랜 사랑 장마 걷힌 냇가 세찬 여울물 차고 오르는 은피라미떼 보아라 산란기 맞아 얼마나 좋으면 혼인 색으로 몸단장까지 하고서 좀 더 맑고 푸른 상류로 발딱발딱 배 뒤집어 차고 오르는 저 날씬한 은백의 유탄에 푸른 햇발 튀는구나 오호, 흐린 세월의 늪 헤쳐 깨끗한 사랑 하나 닦아 .. 감동시 2012.04.05
제부도-사랑이뭔지궁금한이에게 제부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거리 말인가 대부도와 제부도 사이 그 거리 만큼이면 되지 않겠나 손 뻗으면 닿을 듯, 닿지는 않고, 눈에 삼삼한 사랑하는 사람과의 깊이 말인가 제부도와 대부도 사이 가득 채운 바다의 깊이 만큼이면 되지 않겠나 그리움 만조로 가득 출렁거리는 간조 뒤에 오.. 감동시 2012.04.05
낙화, 첫사랑 낙화, 첫사랑 그대가 아찔한 절벽 끝에서 바람의 얼굴로 서성인다면 그대를 부르지 않겠습니다 옷깃 부둥키며 수선스럽지 않겠습니다 그대에게 무슨 연유가 있겠거니 내 사랑의 몫으로 그대의 뒷모습을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보겠습니다 아주 조금만 먼저 바닥에 닿겠습니다 가장 낮게 .. 감동시 2012.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