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 한 알 대추 한 알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게요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시 : 장석.. 감동시 2015.11.05
풍경 달다 풍경 달다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 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시 : 정호승 감동시 2015.11.05
시랑한다는 것으로 시랑한다는 것으로 사랑한다는 것으로 새의 날개를 꺾어 너의 곁에 두려 하지 말고 가슴에 작은 보금자리를 만들어 종일 지친 날개를 쉬고 다시 날아갈 힘을 줄 수 있어야 하리라 서정윤 지음 감동시 2014.11.07
붓꽃 붓꽃 하굣길에 소나기를 만났다 힘껏 뛰었다 게임방 입구에서 잠시 피했다가 다시 뛰었다 피자 집 담벼락에 붓꽃 한 송이 우산도 안 쓰고 비를 맞고 있었다 빗줄기가 세차게 때리는데도 눈을 감고 꿋꿋이 이겨내고 있었다 나도 뛰던 걸음을 멈추고 붓꽃이 되어 서 있어 보았다 멀리 골목 .. 감동시 2014.06.20
벚꽃 길 벚꽃 길 천국 가는 길이 이렇게 아름다울까 피어서 피어서 닿은 사랑아 천상에 닿은 사랑아 사월엔 너로 하여금 연 핑크 빛 몸살을 한다 하얀 드레스의 신부처럼 이 비단 꽃잎 길에서 망울망울 눈부신 사랑을 담고 걸어서 걸어서 이 계절이 다 가도록 맨발로 걸어도 아프지 않을레라 잉태.. 감동시 2014.05.15
부부 부부 나로 사는 것이 아닌 너로 살아서 나를 완성하는 것입니다 서로의 낯을 살리는 옷매무새로 찬바람을 막기도 부끄러움을 가려주기도 하는 방패막이로 사는 앞 단추처럼 그렇게 그렇게 살아내는 것입니다 오영록 작 감동시 2014.05.15
네가 있어 네가 있어 네가 내게 오던 날 세상을 다 얻었다 했다 한 발 내디뎌 걸음마를 하면 내 가슴 전율이 일어났고 그 조그만 입으로 맨 처음 엄마 아빠 불러주었을 땐 하늘이 두 번째 열렸다 그 기억엔 원근이 없다 시간은 이만큼 흘러왔어도 너는 어제도 오늘도 와르르 쏟아져 나와 별이 되어 .. 감동시 2014.05.15
고사포 앞바다 고사포 앞바다 사랑도 이만큼 붉으면 지리 선운사에 가서 동백꽃을 보고 온 사람아 그대가 그리워서 견딜 수 없을 때 붉게 터지는 것이 선운사 동백꽃이냐 그대가 보고 싶어 참다가 참다가 참을 수 없어서 뚝 떨어지는 것이 선운사의 동백꽃이더냐 변산 반도를 다 돌아다니다가 고사포 .. 감동시 2014.05.15
치마에 대한 답시 치마에 대한 답시 그렇구나 여자들의 치마 속에 감춰진 대리석 기둥의 그 은밀한 신전 남자들은 황홀한 밀교의 광신도들처럼 그 주변을 맴돌며 한 평생 참배의 기회를 엿본다 여자들이 가꾸는 풍요한 갯벌의 궁전 그 남성 금지구역에 함부로 들어갔다가 붙들리면 옷이 다 벗겨진 채 무릎.. 감동시 2014.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