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목 고사목 그리움 야윌 대로 야위어서 뼈로 남은 나무 그래도 사랑은 살아남아 하늘을 찔러 뼈다귀는 뼈다귀대로 사이좋게 늘어서서 내 간절함 이토록 벌거벗어 빛남이여 시 : 이성부 지음 감동시 2011.09.09
고도를 위하여 孤島를 위하여 면벽 100일! 이제 알겠다. 내가 벽임을 들어올 문 없으니 나갈 문도 없는 벽 기대지 마라! 누구나 돌어서면 등이 벽이니 나도 그 섬에 가고 싶다 마음속 집도 절도 버리고 쥐도 새도 모르게 귀양 떠나듯 그 섬에 닿고 싶다 간 사람이 없으니 올 사람도 없는 섬 뜬구름 밀고 가는 바람이 혹.. 감동시 2011.09.09
가정 가정 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 전등이 켜질 무렵을 문수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십구문반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육문삼의 코가 납작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얼.. 감동시 2011.09.09
가을 숲에서-낙옆지는 가을 서정 가을 숲에서 가을 숲에 서면 나무들의 옷 벗는 소리가 들린다. 한시절 살아온 말없던 삶이 빛바랜 세월을 털고 이 가을, 나무는 정직한 맨몸으로 찬바람 속에 선다. 산다는 것이 얼마나 확실한 것이던가. 추수의 마차들이 숲을 지날 때 지난 여름의 셈은 끝나고 돌아오라, 고독한 자유여, .. 감동시 2011.09.09
가을노래 가을 노래 하늘은 높아가고 마음은 깊어 가네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 행복한 나무여 바람이여 슬프지 않아도 안으로 고여 오는 눈물은 그리움 때문인가 가을이 오면 어머니의 목소리가 가까이 들리고 멀리 있는 친구가 보고 싶고 죄없어 눈이 맑았던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고 싶네 친구여 너와.. 감동시 2011.09.08
가위 가위 뜻이 맞아 두 허리를 합하고 다정스레 두 다리를 쳐들었소 흔드는 것은 내가 할 테니 깊고 얕은 건 당신 맘대로 有意雙腰合(유의쌍요합) 多情兩脚擧(다정양각거) 動搖於我在(동요어아재) 深淺任君裁(심천임군재) 옷감을 마름질하는 가위의 모습과 노골적인 성교의 세부 장면을 겹쳐 놓았다. 시 : .. 감동시 2011.09.08
9월이 오면-9월의 강변 서정 9월이 오면 그대,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 감동시 2011.09.08
6월의 강가에는 6월의 강가에는 유월의 낙동강엔 바람도 초록빛이다. 망초꽃 흐드러진 강둑에 앉아서 보면 비늘을 세우고 있는 저 강물의 반짝임들 흐르는 그 강물 위에 내 생을 포개놓고 남아있는 시간의 길이를 재는 동안 가부좌 틀고 앉은 배도 묵상에 잠겨간다 산다는 것은 참으로 잘 산다는 것은 헝클린 영혼을 .. 감동시 2011.09.08
담쟁이-절망의 극복, 포기는 없다 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 때 담쟁이는 말 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 감동시 2011.08.21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 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 때 그 사람이 그 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 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감동시 2011.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