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시

가을 숲에서-낙옆지는 가을 서정

雲舟미카엘 2011. 9. 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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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숲에서

 

 

 

가을 숲에 서면

나무들의 옷 벗는 소리가 들린다.

 

한시절 살아온 말없던 삶이

빛바랜 세월을 털고

이 가을, 나무는 정직한 맨몸으로

찬바람 속에 선다.

 

산다는 것이 얼마나 확실한 것이던가.

추수의 마차들이 숲을 지날 때

지난 여름의 셈은 끝나고

돌아오라, 고독한 자유여,

나무는 저마다 혼자서

가을 햇살에 몸을 씻노니.

바람이 올 때마다 아픈 손을 흔들어도

가을 하늘 높이에서 아득한

 

그리운 이름

슬픔으로 수액을 말리고

메마른 육체를 쓰다듬어

겨울 문턱에 서서

나무는

그 싱싱한 내일을 위하여

이 가을, 말없이 옷을 벗는다.

 

가을 숲에 서면

나무들의 아픈 숨소리 들린다.

 

시 : 김문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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