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걱정-어머니 그리운 정 엄마 걱정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감동시 2011.09.15
억새꽃-가을의 서정 억새꽃 억새가 운다 무리 지어 운다 하얀 수염 같은 흰머리 풀어헤치고 바람에 흔들려 버석거리며 여름내 잡풀 속에서 땡볕에 자라 가을에야 꽃이 터진 억새가 운다 국화 향기 진동하는 계절에 가슴 한구석 바늘로 찌르는 듯 알싸한 회한이 느껴지도록 스치는 바람에 일렁이며 산과 들에.. 감동시 2011.09.15
어머니의 총기 어머니의 총기 영혼의 머리카락까지 하얗게 센 듯싶은 팔순의 어머니는 뜰의 잡풀을 뽑으시다가 마루의 먼지를 훔치시다가 손주와 함께 찬밥을 물에 말아 잡수시다가 먼 산을 넋놓고 바라보시다가 무슨 노여움도 없이 고만 죽어야지, 죽어야지 습관처럼 말씀하시는 것을 듣는 것이 이젠 섭섭지 않다 .. 감동시 2011.09.15
애벌레-가을볕 따사로운 날의 서정 애벌레 개망초 흔들리는 성근 풀밭에 누워 비색의 하늘위에 점묘하듯 상감하듯, 진초록 내 작은 꿈을 가을볕에 널고 있다. 탱자나무 울타리에 허물 한 잠 벗어놓고 나방으로 날고 싶어 잔잎마저 갉아먹는, 그 속내 죄다 비치는 퉁퉁 부은 애벌레 시 : 김연동 지음 감동시 2011.09.15
안개 안개 안개가 아파트 지붕을 딛고 내려와 창문을 제 어머니 젖인 양 어루만지더니 땅바닥으로 흘러내리어, 마침내 세상을 과일 봉지처럼 싸버렸다. 나의 사색도 나의 연민도 무슨 흘러내리는 것으로 싸버릴 수 없을까 무슨, 과일 봉지 같은 것으로 시 : 강희근 지음 감동시 2011.09.15
아버지의 편지 아버지의 편지 얘야, 봉답논 서 마지기 논바닥에 올챙이가 배를 뒤집고 죽어가던 그해 여름은 1982년이었단다 니가 스물 한 살이던 해였지 그해 따라 니 웃음 소리가 유난히 찌렁찌렁 너의 서울 사람과 더불어 이 갈라진 논바닥까지 넘나들고 니가 날마다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스물 한 살 젊음을 .. 감동시 2011.09.15
아름다운 시절4 아름다운 시절4 -고무신- 벌써 며칠 전부터 바닥이 닳은 고무신에서 물이 올라왔다. 가난한 어머니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계셨다. “정홍아, 고무신이 다 닳았구나”. “예, 어머니. 고무신 한 켤레 사야겠어요”. "바닥을 보니 조금 더 신어도 되겠는데.....“. “비오는 날이면 물이 자꾸 들어.. 감동시 2011.09.15
수연산방에서 수연산방에서 문향루에 앉아 솔잎차를 마시며 삼 면 유리창을 차례대로 세어본다 한 면에 네 개씩 모두 열두 짝이다 해 저문 뒤 ‘무서록’을 거꾸로 읽는다 세상일에 순서가 따로 있겠는가 저 밝은 달빛이 그대와 나 누굴 먼저 비추는지 우리 처음 만났을 때 누구 마음 먼저 기울었는지 무슨 상관 있.. 감동시 2011.09.15
속단풍 든다 속단풍 든다 단풍 때문에 가을 한철 술에 젖어 살았다. 화양동 계곡 너럭바위에서 계룡산 민박집 층층나무 아래서 함양읍내 선술집에서 마시고 또 마셨다. 혼자서, 여럿이서 노래를 불렀다. 앞남산 황국단풍은 구시월에 들고요 이내 가슴 속단풍은 시시때때로 든다 노래를 불러도 가슴이 시리다 젊은 .. 감동시 2011.09.15
소포-들국화 꽃 핀 가을의 연정 소포 가을날 오후의 아름다운 햇살 아래 노란 들국화 몇 송이 한지에 정성들여 싸서 비밀히 당신에게 보내드립니다. 이것이 비밀인 이유는 그 향기며 꽃을 하늘이 피우셨기 때문입니다 부드러운 바람이 와서 눈을 띄우고 차가운 새벽 입술 위에 여린 이슬의 자취 없이 마른 시간들이 쌓.. 감동시 2011.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