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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의 가로수
늦가을 출근길 차창 밖으로 보이는 길가의 가로수는 단풍이 짙었고 일부는 길바닥에 흩어져 화려한 칼라를 마지막까지 자랑한다.이른 아침,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한적한 길을 달리다 문득 바라본 늦가을의 가로수는 정말 아름답다. 채색된 화려한 빛깔과 옅은 운무(雲霧), 이슬에 촉촉히 젖은 풀잎들에 아침 햇살이 비춰 영롱한 빛이 반짝일 때, 문득 이 아침은 눈물나도록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이제 길가의 나무들은 봄, 여름을 거쳐 지금까지 치열하게 살아온 자기 삶의 정수(精髓)를 아낌없이 버리고 맨 몸뚱이로 남는다.
오늘 아침 문득 소중한 삶의 지혜를 얻는다. 낙엽 지는 만추(晩秋)의 가로수에서 버림의 미덕을 배운다. 내 나이 이제 마흔 하나, 길가의 가로수에서 소중한 삶의 지혜를 발견한다. 만추(晩秋)의 가로수처럼 이제 소아(小我)를 버리자. 10대의 소년, 소녀가 봄이라면, 40대는 만추(晩秋)의 가로수이다. 이제 나도 버려야 할 때를 맞았다. 재물에 대한 소유욕, 아내에 대한 비뚤어진 남편으로서의 권위의식, 나의 취향과 욕구에 따른 자녀 교육, 이웃에 대한 무관심, 인간에 대한 편견과 불신을 털어서 버리자. 이제는 나누어야 할 시기를 맞았다.
1994. 11. 10. jb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