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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촛불
행님 칭구님들 어찌 지내능교?
삼겹살 구워 상추에 마늘 얹고 파재리 얹고 쌈장 살짝 찍어 한입에 넣고 소주 한 잔 “캬-”
들이키면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신선되지요-
복효근님의 시 ‘마늘 촛불’ 소개합니다.
삼겹살 함께 싸 먹으라고
얇게 저며 내놓은 마늘쪽
초록색 심지 같은 것이 뾰족하니 박혀 있다
그러니까 이것이 마늘 어미의 태 안에 앉아 있는
마늘 아기와 같은 것인데
알을 잔뜩 품은 굴비를 구워 먹을 때처럼
속이 짜안하니 코끝을 울린다
무심코 된장에 찍어
씹어 삼키는데
들이킨 소주 때문인지
그 초록색 심지에 불이 붙었는지
그 무슨 비애 같은 것이 뉘우침 같은 것이
촛불처럼
내 안의 어둠을 살짝 걷어내면서
헛헛한 속을 밝히는 것 같아서
나도 누구에겐가
싹이 막 돋기 시작한 마늘처럼
조금은 매콤하게
조금은 아릿하면서
그리고 조금은 환하게 불 밝히는 사랑이고 싶은 것이다.
나도, 우리 모두도 누구에겐가 마늘쪽 초록색 심지 같이 매콤하고 아릿한 자극이 되고 누군가의 가슴을 후끈 달아오르게 하는 훈훈한 향기가 되면 좋으리라
창원 숲속나들이길 걸다보면 둘레길가에 시를 쓴 푯말들이 드문드문 섰습니다. 이 시도 그 길섶에서 발견했습니다. 무더운 날 무료하실 때 저를 불러주시면 기쁘게 안내하겠습니다. 나들길 길손 되어 아름다운 시를 감상하며 아름다운 길을 걸어봄도 또한 살아있는 기쁨 아닐까 합니다.
2017.6.13.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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