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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념
봄 안개 자옥히 나린
밤거리 가등(街燈)은 서러워 서러워
깊은 설움을 눈물처럼 머금었다
마음을 앓는 너의 아스라한 눈동자는
빛나는 웃음보다 아름다워라
몰려가고 오는 사람 구름처럼 흐르고
청춘도 노래도 바람처럼 흐르고
오로지 먼 하늘가로 귀 기울이는 응시(凝視)
혼자 정열의 등불을 달굴 뿐
내 너 그림자 앞에 서노니 먼 사람아
우리는 진정 비수(悲愁)에 사는 운명
다채로운 행복을 삼가고
견디기보다 큰 괴롬이면
멀리 깊은 산 구름 속에 들어가
몰래 피었다 떨어지는 꽃잎을 주워
싸늘한 입술을 맞추어보자
시 : 김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