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아버지
어릴 때
내 키는 제일 작았지만
구경터 어른들 어깨 너머로
환히 들여다보았었지
아버지가 나를 높이 안아주셨으니까
밝고 넓은 길에선
항상 앞장세우고
어둡고 험한 데선
뒤따르게 하셨지
무서운 것이 덤빌 땐
아버지는 나를 꼭
가슴 속, 품속에 넣고 계셨지
이젠 나도 자라서
기운 센 아이
아버지를 위해선
앞에도 뒤에도 설 수 있건만
아버지는 멀리 산에만 계시네
어쩌다 찾아오면
잔디풀 도라지꽃
주름진 얼굴인 양, 웃는 눈인 양
‘너 왔구나?’하시는 듯
아! 아버지는 정다운 무덤으로
산에만 계시네
시 : 이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