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시

아버지

雲舟미카엘 2017. 3. 2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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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어릴 때

내 키는 제일 작았지만

구경터 어른들 어깨 너머로

환히 들여다보았었지

아버지가 나를 높이 안아주셨으니까

 

밝고 넓은 길에선

항상 앞장세우고

어둡고 험한 데선

뒤따르게 하셨지

무서운 것이 덤빌 땐

아버지는 나를 꼭

가슴 속, 품속에 넣고 계셨지

 

이젠 나도 자라서

기운 센 아이

아버지를 위해선

앞에도 뒤에도 설 수 있건만

아버지는 멀리 산에만 계시네

 

어쩌다 찾아오면

잔디풀 도라지꽃

주름진 얼굴인 양, 웃는 눈인 양

너 왔구나?’하시는 듯

! 아버지는 정다운 무덤으로

산에만 계시네

 

: 이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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