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시

속단풍 든다

雲舟미카엘 2011. 9. 1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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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단풍 든다

 

 

단풍 때문에

가을 한철 술에 젖어 살았다.

화양동 계곡 너럭바위에서

계룡산 민박집 층층나무 아래서

함양읍내 선술집에서

마시고 또 마셨다.

혼자서, 여럿이서 노래를 불렀다.

앞남산 황국단풍은 구시월에 들고요

이내 가슴 속단풍은 시시때때로 든다

노래를 불러도 가슴이 시리다

젊은 날엔 술기운을 못 이겨

얼굴이 단풍 빛깔이었는데

나이 들면 술기운이

가슴으로 파고드는 걸까

사시사철 붉은 미친 단풍 때문에,

내 속의 그것 때문에

요즘엔 시시때때로 속단풍이 든다.

 

시 : 이명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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