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시

민들레

雲舟미카엘 2022. 6. 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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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단 모서리 후미진 곳

모진 추위 견뎌내고

건강하게 피었구나

 

아이를 닮은

민들레

봄볕에 미소가 아름답구나

 

관심을 주지도 않았는데 핀 줄도 몰랐는데 겨울 모진 추위 견뎌내고

제 힘으로 꿋꿋하게 피었다. 참으로 대견하다. 강인한 생명력에 감탄한다.

 

시인 이기철은 민들레를 이렇게 읊었다.

 

날아가 닿는 곳 어디든 거기가 너의 주소다

조심 많은 봄이 어머니처럼 빗어준 단발머리를 하고

푸른 강물을 건너는 들판의 막내둥이 꽃이여

너의 생일은 순금의 오전

너의 본적은 햇빛 많은 초록 풀밭이다

달려가도 잡을 수 없던 어린 날의 희망

열다섯 처음 써본 연서 같은 꽃이여

너의 영혼 앞에서 누가 짐짓 슬픔을 말할 수 있느냐

고요함과 부드러움이 세상을 이기는 힘인 것을

저항도 목표도 없이 떠나는 너는

가장 큰 자유를 지닌 풀밭 위의 나그네

보오얀 봄빛 버선 신은 한국 여인의 모시적삼 같은 꽃이여

너는 이 지상의 가장 깨끗한 영혼

공중을 날아가도 몸이 음표인

땅 위의 가장 아름다운 소녀들

 

-민들레 꽃씨. 이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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