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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더니 봄이 봄 같지 않네요
봄을 시샘하는 동장군의 질투가 여심보다도 훨씬 더한가 봅니다.
그래도 주말엔 우리 사는 동네에 벚꽃이 만개하리라 예상됩니다.
벌떼 잉잉거리는 구름처럼 하이얗게 만개한 벚꽃 그늘에 앉아,
무겁고 불편한 일상이 새의 깃털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느껴봅시다.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 놓아보렴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놓고
누구의 아비 누구의 남편도 벗어놓고
햇살처럼 쨍쨍한 맨몸으로 앉아보렴
직업도 이름도 벗어놓고
본적도 주소도 벗어놓고
구름처럼 하이얗게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그러면 늘 무겁고 불편한 오늘과
저당 잡힌 내일이
새의 날개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벚꽃 그늘 아래 한 며칠
두근거리는 생애를 벗어 놓아보렴
그리움도 서러움도 벗어놓고
사랑도 미움도 벗어놓고
바람처럼 잘 씻긴 알몸으로 앉아보렴
더 걸어야 닿는 집도
더 부서져야 완성되는 하루도
도전처럼 초조한 생각도
늘 가볍기만 한 적금통장도 벗어놓고
벚꽃 그늘처럼 청정하게 앉아보렴
그러면 용서할 것도 용서받을 것도 없는
우리 삶
벌떼 잉잉거리는 벚꽃처럼
넉넉해지고 싱싱해짐을 알 것이다.
그대 흐린 삶이 노래처럼 즐거워지길 원하거든
이미 벚꽃 스친 바람이 노래가 된
벚꽃 그늘로 오렴
-시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이기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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