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시

벽소령 내음

雲舟미카엘 2011. 9. 2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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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소령 내음

 

 

이 넓은 고개에서는 저절로 퍼질러 앉아

막걸리 한 사발 부침개 한 장 사먹고

남족 아래 골짜기 내려다본다

그 사람 내음이 뭉클 올라온다

가슴 뜨거운 젊음을 이끌었던

그 사람의 내음

쫓기며 부대끼며 외로웠던 사람이

이 등성이를 넘나들어 빗점골

죽음과 맞닥뜨려 쓰러져서

그가 입맞추던 그 풀내음이 올라온다

덕평봉 형제봉 세석고원

벽소령 고개까지

온통 그 사람의 내음 철쭉으로 벙글어

견디고 이울다가

내 이토록 숨막힌 사랑 땅에 떨어짐이여

사람은 누구나 다 사라지지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나씩 떨어어지지만

무엇을 그리워하여 쓰러지는 일 아름답구나!

그 사람 가던 길 내음 맡으며

나 또한 가는 길 힘이 붙는다

 

시 : 이성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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