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설악산

雲舟미카엘 2011. 9. 1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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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을 가며

 

 

수렴동 대피소 구석에 꼬부려 잠을 자다가

밤중에 깨어보니 내가 아무것도 덮지 않았구나

걷어찬 홑이불처럼 물소리가 발치에 널려 있다

그걸 끌어당겨 덮고 더 자다가 선잠에 일어난다

먼저 깬 산봉 사이로 비치는 햇살에 쫓겨서

옷자락 하얀 안개가 나무 사이로 달아난다

그 모습이 꼭 가사자락 날리며

부지런히 산길을 가는 스님 같다

흔적 없는 삶은 저렇게 소리가 없다

산봉들은 일찍 하늘로 올라가 대화를 나누고

아직 거기 오르지 못한 길 따라 내 발이 든다

길 옆 얼굴 작은 풀꽃에 붙었던 이슬들

내 발자국 소리에 화들짝 놀란다

물소리가 갑자기 귀로 길을 내어 들어오고

하늘에 매달렸던 산들이

눈 안으로 후두둑 떨어진다

오르지 못한 길 하나가 나를 품고 산으로 숨는다

 

시 : 이성선 작

 

 

 

나는 산이 좋더라

파란 하늘을 통째로 호흡하는

나는 산이 좋더라

설, 설악, 설악산이 좋더라

산에는

물, 나무, 돌...

아무런 오해도

법률도 없어

네 발로 뛸 수도 있는

원상 그대로의 자유가 있다

고래고래 고함을 쳤다. 나는

고래고래 고함을 치러

여기까지 온 건지도 모른다

 

산에는

파아란 하늘과 사이에

아무런 장애도 없고

멀리 동해가 바라뵈는 곳

산과 하늘이 융합하는 틈에 끼어 서면

무한대처럼 가을 하늘처럼

마구 부풀어질 수도 있는 것을...

 

도토리를 까 먹으며

설악산 오솔길을 다리쉼 하느라면

내게 한껏 남는 건

머루 다래를 싫건 먹고픈

소박한 욕망일 수도 있는 것을...

자유를 꼭 깨물고

차라리 잠들어버리고 싶은가

 

깨어진 기와장처럼

오세암 전설이 흩어진 곳에

금방 어둠이 내리면

종이 뭉치로 문구멍을 틀어막은

조그만 움막에는

뜬 숯이 뻐얼건 탄환통을 둘러앉아

갈가지가 멧돼지를 쫓아간다는

포수의 이야기가 익어간다

이런 밤엔

칡감자라도 구워 먹었으면 더욱 좋을 것을

 

백담사 내려가는 길에 해골이 있다고 했다

해골을 주워다가 술잔을 만들자고 했다

해골에 술을 부어 마시던 빠이론이

한개의 해골이 되어버린 것처럼

철학을 부어서 마시자고 했다

해 골 에 다 가

 

나는 산이 좋더라

영원한 휴식처럼 말이 없는

나는 산이 좋더라

꿈을 꾸는 듯 멀리 동해가 보이는

설, 설악, 설악산이 좋더라

 

시 : 진교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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