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청산도 트레킹
청산도
남도에서 가장 먼저 봄이 오는 곳이다. 이랑이랑 고개 내민 청보리가 바람 불면 기웃기웃 봄 구경하는 곳. 저녁노을에 백사장 가로질러 낚싯대 매고 돌아오는 곳 그곳이 청산도이다.
푸른 하늘 푸른 바다 푸른 바람에 고사리 손 흔드는 청보리. 신선이 산다고 해서 신선도라 불렀다던 곳이다.
마을 뒤쪽 언덕길엔 소리꾼의 한 맺힌 가락이 떠돌아다닌다. 영화 서편제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곳이다. 하지만 섬사람들의 사람살이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척박한 땅에 바람과 파도가 심했다. 산기슭에 계단식 돌벽을 쌓고 그 위에 흙을 부어 만든 구들장 논밭을 만들었다.
‘속을 모르면 청산도에 시집가지 마라’는 얘기가 전해질 정도로 청산도 시집살이는 고달팠다고 한다. 전해오는 ‘시집살이 노래’가 있다.
시집간 지 삼년 만에 속이 상해서
올 봄에도 들에 나가 울었답니다.
햇빛 끝에 매어 놓은 맹지 수건이
흘러가는 눈물 빛에 다 젖어가노라
청산도 사람들은 애향시를 지어 섬을 자랑하기도 했다.
다도해 천릿길의 한 점 낙도이지만
하늘 푸르고 물결 곱던 날
선조들이 머물러 400년 동안
胎(태)를 묻고 지켜온 땅
더러는 멀리 살아도 항상 마음에 두고
못 잊어 꿈속 길 왔다 가니
어찌 떠나 있다 하리
박종영 시인도 시를 지어 청산도의 자연과 청산도 사람들의 삶의 애환을 노래했다.
청산도
세월이 만든 길을 따라 흘러가는 청산도
언제나 나그네의 마음 안에 바다가 있는 곳
그래서 청산여수(靑山旅愁)라 했던가
땅에서 별까지 걸어가는 길
굵은 파도는 수평선을 당겼다가 놓아주고
창망대해 그 아래 시간의 더께가
돌담으로 서 있는 황톳길에
흐린 눈물로 신명 나는 서편제
그 길 위에 낭랑한 육자배기 한 가락 들썩이고
짙은 봄날 사래 긴 밭고랑 유채꽃 너울져
처녀 가슴으로 부푸는 청산도
산은 바다가 되어 출렁이고 바다는 산이 되어 의젓한
굽이치는 물결의 숨바꼭질
어이 살아감의 광대가 아니던가
물새 떼 춤추는 길을 따라 구불구불 줄 서는 산간 육답
저거 생명의 목줄이려니
외로움 타며 더욱 푸르게 익어가는 청산도
옹기종기 떠 있는 섬 위로 높은 구름이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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