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 수승대 트레킹
일시 : 2016년 12월7일(수)
코스 : 수승대-관수루-용암정-요수정-성령산 11:00-14:00. 3시간.
덕유산과 금원산 계곡이 합류해 큰 계류를 이루는 원학동에는 명승지 수승대가 있다.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의 접경지대로 백제가 신라로 떠나는 사신을 전별하던 곳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을 근심했다고 해서 수송대라 불렸다고 한다. 퇴계선생이 그 내력을 듣고 이름이 아름답지 않고 절경과 어울리지 않는다 하여 수승대로 개명했다고 한다.
퇴계 선생이 처가인 거창 마리면 영승촌 장인 댁에 머물다 돌아가는 길에 수승대를 구경하고 갈계에 사는 임훈 선생을 만나보고자 했으나 급한 왕명으로 발길을 돌렸다고 한다. 이때 수승대를 찾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하며 수승대로 이름을 바꾸어 보라고 권했다고 한다.
퇴계 선생이 시를 지어 갈천(갈천) 임훈(임훈) 선생에게 보냈다고 하는데 퇴계집 별집 1권에 수록되어 전한다.
寄題搜勝臺(기제수승대)
搜勝名新換(수승명신환) 수승의 이름을 새로 바꾸니
逢春景益佳(봉춘경익가) 봄을 만난 경치 더욱 아름답겠네
遠林花欲動(원림화욕동) 멀리 숲 속 꽃들은 피어나려 하고
陰壑雪猶埋(음학설유매) 그늘진 골짜기는 아직 눈에 묻혔네
未寓搜尋眼(미우수심안) 수승을 찾아 구경하지 못했으니
惟增想像懷(유증상상회) 마음에 그리는 회포만 쌓이는구나
他年一樽酒(타년일준주) 뒷날 한 동이 술을 마련하여
巨筆寫雲崖(거필사운애) 큰 붓으로 구름 벼랑에 시를 쓰리라
갈천 임훈은 조선 명종 때 육현신의 한 사람으로 광주목사 등을 역임했고, 은퇴후 거창군 북상면 갈계리 고향에 거주하며 갈천서당을 열고 후학을 가르치며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북상면 갈계숲에는 갈천 선생이 노닐던 정자 ‘가선정(駕仙亭)’이 있다.
갈천집 제1권에 ‘解愁送意以示諸君’(해수송의이시제군 : 수송의 뜻을 풀어서 여러분에게 보이다)라는 시를 남겼다. 그는 이 시의 주에 “퇴계 선생이 대의 이름을 수승대로 바꾸었기에 이 시를 지어 해명한다”고 하였다.
解愁送意以示諸君(해수송의이시제군)
花滿江皐酒滿樽(화만강고주만준) 강가에 꽃 가득하고 술동이에 술도 넘쳐난다
遊人連袂謾粉紛(유인연몌만분분) 소매 자락 이어질 듯 노니는 사람들 어지럽네
春將暮處君將去(춘장모처군장거) 봄도 장차 저물고 그대도 장차 떠난다니
不獨愁春愁送君(부독수춘수송군) 봄을 보내는 시름만이 아니라 그대 보내는 시름에 젖네
임훈 선생이 퇴계 선생보다 수승대에 대해선 더 애정이 많으셨던 분인가 싶다. 지역에서 나고 자란 선생이 수승대의 아름다움과 전하는 정서를 더 잘 느끼고 이해하셨는 듯하다. 고향 고장의 역사와 정서를 더 잘 이해하다 보니 수승대의 풍광과 역사에 더 적합한 이름이 수송이라 생각했는 듯하다. 수승대를 보지도 못한 퇴계선생이 지은 새 이름이 부적절하다 생각한 듯하다. 수승보다는 수송이 더 운치있고 애틋하고 여운을 남기는 이름이라 생각된다.
낙향하여 위천면 수승대에 거처하던 樂水(요수) 신권 선생이 搜勝臺(수승대) 새 이름을 지어 준 퇴계선생에 대한 고마움을 담아 화답한 시를 한 수 남겼다.
林壑皆增采(임학개증채) 숲 속 골짜기는 온갖 색깔로 더해 가는데
臺名肇錫佳(대명조석가) 대의 이름을 아름답게 새로 지어주셨네
勝日樽前値(승일준전치) 경치 좋은 날 술동이 앞에 두고
愁雲筆底埋(수운필저매) 구름 같은 근심일랑은 붓 끝으로 묻어버리리
深荷珍重敎(심하진중교) 귀중한 가르침을 마음 깊이 느끼지만
殊絶恨望懷(수절한망회) 서로 떨어져 그리워만 함을 한탄한다
行塵遙莫追(행진요막추) 속세를 멀리하고 좇지 않으며
獨倚老松崖(독의로송애) 홀로 벼랑의 노송에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거북바위에는 ‘기제수승대’ 등 위 3편의 시가 새겨져있다. 빈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은 글귀가 새겨져 있는데 퇴계 선생의 시를 비롯한 풍류객들이 남긴 시도 있지만 대부분 사람 이름이며 그 이름의 성씨는 임씨이거나 신씨이다. 수승대는 갈천 임훈이 먼저 소요하며 즐기다가 후에 요수 신권과 후손들이 거주하며 차지하게 되었다고 한다. 처남 매부 사이였던 갈천 임훈과 요수 신권은 자연 속에 은거하며 후학을 길렀는데 이들의 후손이 서로 수승대 거북바위가 자기 문중 소유라고 주장하면서 소유권 소송을 벌였다고 한다.
관수정, 귀연서원 등은 신씨 집안에서 지었으며 거북바위에도 신씨들의 이름이 많이 새겨져 있다.
관수루와 요수정에는 수많은 시인 묵객들의 시가 빼곡하게 걸려있다.
요수정 앞 절벽에는 두 그루의 낙락장송이 용이 꿈틀거리듯 휘영청 가지 드리우고 수승대를 향해 절을 하듯 누워있다. 비바람에 뿌리가 뽑힐까봐 연리목이 돼 서로를 붙들고 있는 형상이다.
‘박종인의 땅의 역사(조선일보)-백제 사신 길 떠나던 바위에는 낯선 이름들만 가득하더라’에서는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1543년 퇴계 이황이 수송대 소문을 듣고 놀러왔다가 급한 일로 코앞에서 한양으로 돌아갔다. 그때 거창 선비인 요수 신권에게 글을 보냈다. "수송대 이름이 좋지 않으니 수승대(搜勝臺)로 고칩시다, 그려." 대학자가 보낸 시에 거창 신씨 신권은 화답시를 짓고 바위에 수승대라 새겼다. "깊은 마음 귀한 가르침 보배로운데 서로 떨어져 그리움만 한스럽네(深荷珍重敎殊絶恨望懷)"
신권의 처남인 갈천 임훈은 동갑인 퇴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퇴계면 퇴계지, 와보지도 않은 곳 이름을 멋대로? 은진 임씨 임훈도 화답시를 지었다. 마지막 연은 이렇다. "봄을 보내는 시름만 아니라 그대를 보내는 시름도 있네(不濁愁春愁送君)" 한 연에 퇴계가 없애라 했던 수송(愁送)을 포함해 슬플 수(愁)가 두 번이나 들어 있었다. 이후 수승대는 신씨들과 임씨들 싸움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신씨 문중은 바위에 '樂水藏修之臺(요수장수지대)'라 새겼다. 신권이 숨어서 수양하던 바위라는 뜻이다. 임씨 문중은 퇴계의 시와 임훈의 화답시를 새겼다. 퇴계 시 옆에는 '退溪命名之臺(퇴계명명지대)'라 새겼다. 임훈 시 옆에는 '葛川杖屨之所(갈천장구지소)'라 새겼다. 갈천이 지팡이를 짚고 짚신 끌던 곳이라는 뜻이다.
쟁탈전이 끝없이 이어졌다. 신씨 문중은 신권을 기리는 구연서원 앞 바위에 '樂水愼先生藏修洞(요수신선생장수동)'이라고 큰 글씨를 새겼다. 임씨 문중은 바위에 자기네 이름들을 차곡차곡 새겼다. 날이 새면 그 상하좌우에 신씨 이름이 새겨졌다. 1805년 신씨 가문은 홍수로 떠내려간 신권의 정자 요수정을 바위 건너에 세웠다. 바위는 거대한 집단 묘비명처럼 신씨 임씨 이름으로 도배되고 말았다.
일제강점기인 1928년 1월 3일자 조선일보는 "막대한 재산과 다수한 인명까지 희생하였으나 아모 해결을 엇지 못하며 지내"라고 보도하고 있다. 구한말 문장가 이건창(1852~1898)은 이리 말했다. "아름다움은 빼어나지만 두 집안의 비루함은 민망하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난 구경이 불구경, 싸움구경이라고 했다. 가보라. 수승대를 난장판으로 만든 싸움 구경에 해가 질 줄 모른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0/26/2016102600077.html
류진환님이 쓴 시 ‘수승대’도 한번 읊조려 본다.
逍遙搜勝踏(소요수승답) 소요하며 수승대를 찾으니
秀麗景觀佳(수려경관가) 경관이 빼어나게 아름답구나
磐石溪流鏡(반석계류경) 너럭바위에 흐르는 냇물은 거울같이 맑고
龜巖濯足埋(구암탁족매) 거북바위는 발을 씻으려 물에 담갔네
葛川蹤跡欽(갈천종적흠) 갈천 선생 남긴 자취 흠모하고
樂水竪亭懷(요수수정회) 요수 선생 세운 누정 품고 있구나
退老精魂慕(퇴노정혼모) 퇴계 선생 정혼을 추모하며
吟詩刻斷崖(음시각단애) 읊으신 시를 단애에 새겼구나.
수승대에서 상류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강정모리라는 곳이 있다. 위천천 맑은 물이 휘돌아 감돌아가는 곳이다. 아래쪽으로는 수승대가 보이고 위쪽엔 용암정이 있다.
시인 이경재님이 시를 남겼다.
<강정모리에서>
세상과 실강이 하다 시벌시벌. 그 성질머리 못 버리겠거든
행기 숲 아래 물굽이 휘돌아가는 강정모리를 걸어보라
덕유산 백리 물길 태극 문양 꼬여드는 물음표 마냥
여기까지 따라와 허우적거리는 이야기들 제 아무리 웃긴다 한들
강정모리 휘돌아 나가지 않고서는 자연스럽게 흘러 나가지 못하는 물길처럼
너럭바위 만나면 넓은 바위 모양대로
수승대 깊은 달 웅덩이 만나면 오랜 세월 움푹 패인 달 그림자 그대로
세상은 물 흐르듯 그렇게 겸손하게 닮아가는 것
산문을 밀치고 오르는 용암정에서 저 천연한 덕유산 넉넉하게 드리운 품성
욱신대는 발자국 마다 질퍽하게 고여 오는 강정모리
시 : 이경재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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