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시

홍합

雲舟미카엘 2012. 11. 8.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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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합

 

 

통영 항구의 동춘 끝을 지나고

해명 나루 지나고

작은 통통배

용화산 뒤편을 휘돌아가니

첫개라는 어촌이 있었다

인가가 몇 채나 되는지 희미해진 기억

푸른 보석 같은 물빛만은

지금도 눈에 어린다

 

친지 집에서는 내가 왔다고

큰 가마솥 그득히 홍합을 삶아내어

둘러 앉아서 까먹었다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던 홍합

그 때처럼 맛있는 홍합은

이후 먹어본 적이 없다

내 나이 열두 살이나 되었을까?

어린 손님은

큰집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았고

잠은 작은 집에서 잤는데

어제씨는 어장에 가고 없었다

호리낭창한 미인형의 아지매는

병색이 짙어 보였다

 

한밤중에

갑자기 두런거리는 소리가 났다

집안에 불이 밝혀지고

발자국 소리도 들려왔다

덩달아 파도 소리도 들려왔다

알고 보니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다는 것

 

날이 밝고 보다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폐결핵인 아지매의 약으로

고양이 새끼의 탯줄이 필요했고

아지매는 고양이를 달래고 달래어

탯줄을 얻었다는 것이다.

얼마나 다행이냐고도 했다

 

첫개라는 어촌의 하룻밤

홍합과 아지매와 고양이

얼마 후 나는

아제씨가 상처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글 : 박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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