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시

산경

雲舟미카엘 2011. 9. 29. 14:27
728x90

산경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했다

산도 똑같이 아무 말을 안 했다

말없이 산 옆에 있는 게 싫지 않았다

산도 내가 있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하늘은 하루 종일 티 없이 맑았다

가끔 구름이 떠오고 새 날아왔지만

잠시 머물다 곧 지나가 버렸다

내게 온 꽃잎과 바람도 잠시 머물다 갔다

골짜기 물에 호미를 씻는 동안

손에 묻은 흙은 저절로 씻겨 내려갔다

앞 산 뒷산에 큰 도움은 못되었지만

하늘 아래 허물없이 하루가 갔다

 

시 : 도종환 지음

'감동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친구나연인에게  (0) 2011.09.30
그리운 강  (0) 2011.09.30
산벚나무-3월  (0) 2011.09.29
홍매화-3월  (0) 2011.09.29
여백-여유,너그러움,포용  (0) 2011.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