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성인봉
대망의 울릉도 여행길에 나섰다. 포항발 10:00시 썬플라워호를 타야하기에 가는 도중에 교통 체증으로 출항 시간에 행여 늦을까 염려되어 충분히 사간적 여유를 두고 출발하였다.
남해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김해시를 지나니 부산시를 거치지 않고 곧장 경부 고속도로와 연결되도록 인터체인지가 건설되어 시간이 대폭 절약되었고 소통이 매우 원활했다. 언양IC 주유소에서 차량에 기름을 가득 채우고 포항을 향해 쉬지 않고 달렸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고속도로는 질주하는 차량들이 간간히 보일뿐 한적했다. 주로 화물차량들이 많았고 승용차도 간간히 보였다. 여름 피서철의 경우 장거리 여행시에는 차량 통행이 적은 야간 운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주IC에서 경주시내로 진입하여 경주 포항간 산업도로를 달렸다. 넓고 곧은 4차선 도로엔 의외로 통행하는 차량들이 적었다. 시계를 보니 시간은 05:20여분. 출발시 예상하기로는 창원서 포항까지는 적어도 4시간은 소요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2시간 정도 걸렸다.
포항 시내에 접어들면서 포항 시내 지도를 보면서 여객선 터미널을 찾았다. 시청 부근 해변가에 터미널이 있음을 발견하고 이정표를 보며 시청을 향해 달렸다. 시청 부근에 도착하여 출근길 시민에 여객선 터미널 위치를 물어 드디어 터미널에 도착했다. 시간은 06:00시경. 예상보다 너무 일찍 도착하여 황당했다. 출항 시간은 10:00시 무려 4시간을 기다려야 하다니
여객선 터미널 앞 광장은 매우 넓었고 여기에 승선할 여행객들이 타고 온 승용차를 무료로 주차할 수 있도록 했다. 주차료를 지불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던 나에겐 정말 고마운 배려였다.
포항의 아침 해변가는 정말 시원했다. 여객선 터미널 바로 옆에 북부 해수욕장이 있는데 피서객들이 간간히 보일뿐 한산했다. 하늘엔 구름이 다소 끼어 있었고 해변엔 아침 운동하러 나온 시민들도 있었고 개를 몰고 산책 나온 노인네도 보였다. 날씨가 하도 시원해 여름이 다 간 듯 느껴졌다.
아이들과 나는 해변을 산책하며 시간을 보냈다. 해변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를 보며 우리 국민의 의식 수준에 또다시 실망했다. 09:00시경 해수욕장 근처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된장찌개를 시켰는데 맛은 형편없었지만 시장했는지 모두들 잘 먹었다. 09:30분 승선 절차를 밟고 드디어 울릉도행 썬플라워호에 승선했다. 울릉도까지 약 3시간 소요되는 호화 고속 여객선이었다. 2층 객실 지정석에 앉았다. 3층 객실은 우등실로 전망이 좋은 객실이다. 해상풍경이나 일출 장면을 감상하기엔 우등실내의 전망실이 최고였다. 사방을 둘러보니 망망대해 수평선만 보일뿐 섬이나 육지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승선한지 1시간 남짓 달렸는데 벌써 한 바다에 나섰는가 보다. 바다는 정말 넓고도 멀다.
시속 85km(40노트)의 속력으로 2시간 40여분을 달려 13:00시경 울릉도 도동항에 닿았다. 도동 여객선 터미널 안의 유람선 매표소에 잠깐 들러 15:00시 출항하는 일주 관광 유람선 승선권을 구매한 후 항구 부근 해변식당의 옥상에 텐트를 쳤다.(옥상 사용료 7,000원) 점심밥을 얼른 지어 선창 길가에서 아주머니들(노점상)이 파는 산 오징어를 2마리 1만원을 주고 사 점심 식사를 했다. 13:00시 정각 유람선은 많은 관광객들을 태우고 도동항을 출발 울릉도를 시계 방향으로 일주하는 해상관광길에 올랐다. 도동을 떠난 지 얼마 안돼 시야에 사동 마을이 들어왔다. 해변의 기암괴석과 거울같이 맑은 물 부서지는 파도 갈매기 천인단애의 절벽 위에 온갖 풍상을 다 겪고 자란 천연 고목 구름 속에서 언듯언듯 보이는 성인봉, 바위투성이 화산암 표면에 강인한 생명력으로 자란 수목들,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였고 섬 전체가 하나의 완벽한 수석이었다. 관광객들은 모두 자연이 빚어낸 절경에 넋을 잃고 찬탄했고 여기저기서 이 절경을 놓칠세라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통구미 앞 바다에 이르러 거북바위를 구경했고 남양리에서는 사자암, 국수산을 관람했다. 구암-태하-현포-공암(코끼리 바위)-추산(송곳산)-천부-가위 바위-삼선암-관음도 쌍굴-죽도-북저바위-저동항-촛대바위-도동항으로 귀항했다. 소요시간은 3시간여 오후 6시경 숙소에 도착하니 몸은 무척 피곤했으나 마음은 흡족했다.
저녁은 선창 인근에 즐비한 횟집들 중 숙소에서 가까운 곳에서 유명한 오징어 불고기로 해결했다. 시원한 맥주를 곁들인 오징어 불고기는 시장한 차에다 먹는 별미인지라 그 맛이 정말 좋았다.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른다는 맛이 바로 이건가 보다.
밤하늘은 수많은 별들이 점점이 박혀 빛나고 바람은 시원하여 여름의 무더위를 잊게 했다. 불빛에 희미하게 보이는 준봉들은 그 자태가 너무도 신비로웠다. 바다 멀리 수평선 아래엔 오징어잡이 배들의 환한 불빛이 별빛 모양 빛나고,
다음날 이른 아침. 밥과 반찬을 챙겨 배낭에 넣고 가벼운 차림새로 숙소를 출발 성인봉 등반길에 나섰다. 음료수 통에 식수를 가득 채워 넣고 숙소를 출발 도동항 뒤편 마을을 지나 비탈길을 오르니 대원사가 나타난다. 대원사 앞에서 우회전 시멘트 포장길을 한참 오르니 포장길은 끊어지고 좁은 등산로가 이어진다. 한참을 오르니 좌측에 관음봉이 우뚝 솟아 시야에 들어온다. 정상까지 가는 길은 길을 잃을 염려는 없었다. 곳곳에 이정표가 있었고 3,4군데 휴게소가 있었다. 등반객에게 차와 물 등을 파는 휴식처가 3,4군데 있었다. 길은 숲으로 뒤덮혀 햇볕을 가려 주었고 공기는 싸늘하여 숲속엔 푸연 운무가 가득 여름을 잊게 했고 맑고 차가운 공기는 더운 피부를 식히기에 충분했다. 정상에 도착하니 시간은 10시경. 도중에 간간히 등반객들을 만났지만 그렇게 붐비지는 않았다. 정상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사방을 조망하니 애석하게도 날씨가 흐려 보이는 것은 구름뿐 바다도 산도 들도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
정상에서 아쉬움을 간직한 채 하산. 나리분지로 내려가는 분기점에서 아침밥을 먹었다. 시장한데다 산중에서 먹는 밥이라 정말 꿀맛이다. 속세의 진수성찬이 어찌 이보다 나으리?
1996.8.9 jb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