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시

열린 실상사-꽃지는 늦봄 길상사

雲舟미카엘 2011. 9. 1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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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실상사

 

 

굳이 불자가 아니어도 좋다.

이 풍진 세상이 버겁거든,

내 살아온 흔적이 문득 덧없거든

어느날 훌쩍 찾아가도 좋다.

 

부처를 알지 못해도 된다.

빛바랜 불상과 이 나간 주춧돌에서

지난 천년을 읽어내는 건 문화유산 답사가들의 몫이다.

바람 한번 쐬볼까. 늦은 춘심이 동했어도 괜찮다.

그 마음만 진정이라면 상관없다.

절은 그런 곳이다.

 

절을 향한다면 첫 발걸음부터 가벼워야 한다.

속세의 번뇌를 씻어주리라는 기대는 애당초 버려라.

대단한 구경거리도 바라지 말아라.

무심의 경지라면 거창하겠고

허허로운 마음이라면 적당하겠다.

이 마음만 챙겨 떠나라.

그럼에도 절에 들어갈 이유는 충분하다.

합장 한번 올려보면 알 수 있다. 차곡차곡 쌓아올린 돌더미나 사람을 닯은 쇳덩이를 향해 정성껏 조아리는 그 찰나 알 수 있다.

지리산 자락의 옛 절에서 만난 노스님은 이를 겸허라 했다. 굳이 불자가 아니어도 알 수 있다고 했다.

 

꽃 지는 늦봄. 실상사를 다녀왔다.

해질녘 종소리, 불당을 올리는 독경 소리, 처마끝 풍경 소리, 새벽 예불을 알리는 목탁 소리, 약숫물 떨어지는 소리.

쉬엄쉬엄 그리고 들릴 듯 말 듯 경내를 감싸안았던

그 소리가 환청마냥 귓가를 맴돈다.

 

글 : 글쓴이를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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