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선운사 여행
선운사
동백꽃으로 유명한 선운사 입구에는 서정주 시인의 시비가 세워져 있다. 애주가였던 미당은 젊은 시절 고향 가는 길에 선운사 동구 주막집에서 연상의 예쁜 주모와 술을 마신다. 얼큰히 취한 주모가 육자배기 한 가락 불렀다. 미당은 술과 육자배기에 취해 ‘내 생애에서 최고의 노래였었네’라고 칭찬했다. 주모는 ‘동백꽃 피거들랑 또 오시오’라고 화답했다. 10여 년 쯤 후 다시 찾았을 때 주막은 터만 남았고 주모는 전쟁 통에 빨치산에 희생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동백꽃은 아직 피지 않았고 육자배기 노랫가락 들을 수 없고 가버린 사람에 대한 그리움만 싸여 시인은 이 시를 남겼으리라 짐작할 뿐이다.
선운사 동구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리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았습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디다
김용택 시인도 선운사를 찾았던가 보다. 선운사 동백꽃이라는 시를 남겼다.
선운사 동백꽃
여자에게 버림받고
살얼음 낀 선운사 도랑물을
맨발로 건너며
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
이 악물고
그까짓 사랑 때문에
그까짓 여자 때문에
다시는 울지 말자
다시는 울지 말자
눈물을
감추다가
동백꽃 붉게 터지는
선운사 뒤안에 가서
엉엉 울었다
짝사랑하다 버림받고 붉게 흐드러진 동백꽃 앞에서 실연의 아픔으로 오열하는 젊은이의 고통을 공감한다. 젊은 시절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아련한 추억이리라. 아픔도 세월이 가면 그리운 추억으로 승화되는 것 같다.
가수 송창식이 선운사 동백을 이렇게 노래했다.
선운사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바람 불어 설운 날에 말이에요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드득 지는 꽃 말이에요
나를 두고 가시려는 님아
선운사 동백꽃 숲으로 와요
떨어지는 꽃송이가 내 맘처럼 하도 슬퍼서
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 못 떠나실 거예요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곳 말이에요
가수 이미자 23세 때인 1964녀 신성일 엄앵란 주연의 동명 영화 주제가 ‘동백아가씨’를 부른다. 동백꽃의 붉고 처연한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얼마나 울었던가 동백아가씨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소
시인 최영미 ‘선운사에서’라는 시를 남겼다. 동백꽃 지는 걸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참으로 긴 시간을 애타는 그리움으로 기다렸었는데 꽃이 지는 건 순간이었으니 아쉬움이 얼마나 컸을까?
또다시 기나긴 시간을 하염없이 다시 만날 그날을 기다려야 하니 애타는 심정 차라리 한순간에 잊혀졌으면 좋겠다고 노래한다.
선운사에서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