還目魚(환목어)
還目魚(환목어) 도로묵
有魚名曰目(유어명왈목) 목어라 부르는 물고기가 있었는데
海族題品卑(해족제품비) 해산물 가운데서 품질이 낮은 거라
膏腴不自潤(고유부자윤) 번지르르 기름진 고기도 아닌데다
形質本非奇(형질본비기) 그 모양새도 볼 만한 게 없었다네.
終然風味淡(종연풍미담) 그래도 씹어보면 그 맛이 담박하여
亦足佐冬釃(역족좌동시) 겨울철 술안주론 그런데로 괜찮았지.
國君昔播越(국군석파월) 전에 임금님이 난리 피해 오시어서
艱荒此海陲(간황차해수) 이 해변에서 고초를 겪으실 때
目也適登盤(목야적등반) 목어가 마침 수라상에 올라와서
頓頓療晩飢(돈돈료만기) 허기진 배를 든든하게 해 드렸지.
勅賜銀魚號(칙사은어호) 그러자 은어라 이름을 하사하고
永充壤奠儀(영충양전의) 길이 특산물로 바치게 하셨다네.
金輿旣旋反(금여기선반) 난리 끝나 임금님이 서울로 돌아온 뒤
玉饌競珍脂(옥찬경진비) 수라상에 진수성찬 서로들 뽐낼 적에
嗟汝厠其間(차여측기간) 불쌍한 이 고기도 그 사이에 끼었는데
詎敢當一匙(거감당일시) 맛보시는 은총을 한 번도 못 받았네.
削號還爲目(삭호환위목) 이름이 삭탈되어 도로 목어로 떨어져서
斯須忽如遺(사수홀여유) 순식간에 버린 물건 푸대접을 당했다네.
賢愚不在己(현우부재기) 잘나고 못난 것이 자기와는 상관없고
貴賤各乘時(귀천각승시) 귀하고 천한 것은 때에 따라 달라지지.
名稱是外飾(명칭시외식) 이름은 그저 겉치레에 불과한 것
委棄非汝疵(위기여비자) 버림을 받은 것이 그대 탓이 아니라네.
洋洋碧海底(양양벽해저) 넓고 넓은 저 푸른 바다 깊은 곳에
自適乃其宜(자적내기의) 유유자적하는 것이 그대 모습 아니겠나.
李植(이식;1584~16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