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포
만리포 연가
멀어서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
마른 모래 바람이 가슴을 쓸고 가는 날이면
만리포 바다를 보러 오시라
오래된 슬픔처럼 속절없는 해무 속에서
지워진 수평선을 가늠하는 붉은 등대와
닿을 수 없어서 더욱 간절하다고
아득히 잦아드는 섬이 있다
누군들 혼자서 불러보는 이름이 없으랴
파도 소리 유난히 흑흑대는 밤이면
그대 저린 가슴을 나도 앓는다
바다는 다시 가슴을 열고
고깃배 몇 척 먼 바다를 향한다
돌아오기 위하여 떠나는 이들의 눈부신 배후에서
고단한 날들을 적었다 지우며 반짝이는 물비늘
노을 한 자락을 당겨서 상처를 꽃으로 만드는 일은
아무렴, 우리들 삶의 몫이겠지
낡은 목선 한 척으로도
내일을 꿈꾸는 만리포 사람들
그 검센 팔뚝으로 붉은 해를 건진다
천 년 전에도 바다는 쪽빛이었다.
시 : 박미라. 2005년 만리포 예찬시 공모 대상작
만리포 정서진
누가 검은 바다를 손잡고 마주 서서 생명을 살렸는가
오순도순 천년을 살아온 너와 나
검은 죽음의 자락으로 덮혔다
장엄한 일출처럼
고사리 손도 통을 메던 어깨도 노래 부르던 입도
123만 명 자원봉사자들이 타오르는 불꽃처럼
피어나는 생명의 존엄으로 태안 검은 바다와
황폐한 모래와 미끈거리는 바위를 막아섰다
살을 에는 찬바람, 흔들리는 눈보라 앞에
손에 손 잡고, 검은 기름을 온몸으로 밀어냈다
누가 민족의 영원한 터전을 살리고
누가 검은 모래를 하얗게 만들어
고동이 숨 쉬는 살아있는 세상을 찾았는가
까만 얼굴, 기름 묻은 바지에는
숭고한 인간사랑 자연사랑
두둥실 천 년 만 년을 지켜온 핏줄의 연대
이제 우리가 살았던 옛날 파란 바다로 돌아왔다
마음 한 가운데 용광로 안에서
숭고한 희생의 꽃들이 바닷가에 피어있다
그 고마움 바다처럼 영원하리라
이 비석에서 기름 묻은 봉사의 혼이 영원히 살리라
시 : 박동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