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장

나무들 사이에는 그리움의 거리가 있다.

雲舟미카엘 2012. 3. 15.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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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 사이에는 그리움의 거리가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뭇 생명이 그리워 나무는 가지를 내어 손짓하지만,

다른 생명을 제 안으로 끌어들이지 않는다.

나무가 드리운 천 년의 고요 안에서 머뭇거리며, 수군거릴 뿐이다.

사랑이 깊을수록 그리움 깊어지고 나뭇가지 무성해진다.

 

전남 장흥 삼산리의 후박나무는 세 그루가 사랑의 위력으로 서로의 몸을 파고들었다.

서로의 몸이 다치지 않도록 살금살금 빈자리를 찾아 가지를 뻗었다.

마침내 세 그루의 후박나무는 한 그루의 융융한 나무가 되었다.

세 그루이면서 한 그루인 장흥 후박나무의 간절한 그리움이 지어낸 기특한 사랑법이다.

 

글 : 고규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