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시

인사동-친구,우정

雲舟미카엘 2011. 9. 15. 16:09
728x90

인사동

 

 

인사동에 가면 오랜 친구가 있더라

얼마 만인가

성만 불러도

이름만 불러도 반갑더라

무슨 잔치같이 날마다 차일을 치겠는가

무슨 잔치같이

팔목에

으리으리한 팔찌 끼고 오겠는가

빈손이

오로지 빈손을 잡고

그냥 좋기만 하더라

 

험한 세상 피멍들며 살아왔다

조금은 잘못 살았다

너는 내달리기만 하였고

나는 풀잎 하나에도 무정하였다

인사동에 오면

그런 날들 가슴에 묻어

고향 같은 골목들 그냥 좋기만 하더라

 

어찌 15년 20년 친구뿐이겠는가

인사동에 오면

추운 날 하얀 입김 서러워

모르는 얼굴들

어느새 정다운 얼굴이더라

 

인사동에 가면

한잔 술 주고받을

친구가 있더라

서로 나눌 지난날이 있더라

얼마 만인가

얼마 만인가

밤 이슥히 손 흔들어

헤어질 친구가 있더라

 

오늘밤은 아직 내일이 아니더라

성만 불러도

이름만 불러도

반가운 친구가 있더라

인사동에 가면

 

시 : 고은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