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정읍 내장산 단풍 트레킹
전북정읍 내장산 단풍 트레킹
일시 : 2020년 11월 6일
코스 : 매표소-내장사-원적암-벽련암-매표소
8시 주차장을 출발한다. 매표소를 지나 무장애 탐방로를 걷는다. 차도를 벗어나 계곡 따라 가는 길이다. 가지보다 바닥에 깔린 단풍이 더 많다. 유군치 갈림길에서 내장사 쪽으로 간다. 절정기는 지났지만 단풍은 아직도 아름답다. 케이블카 승강장을 지나 계속 직진한다.
꿈길 같은 숲길이다. 숲속 벤치에 앉아 하늘을 가린 단풍나무 숲과 바닥을 뒤덮은 무수한 낙엽들을 본다. 이대로 넋 놓고 퍼질러 앉아 한나절 보내는 것도 좋으리라.
살아서 온몸으로 제 몫을 다하고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세상을 하직하는 단풍잎을 본다. 깃털처럼 가볍게 빈껍데기로 훌쩍 떠나는 낙엽의 삶을 본다.
어떻게 지내냐는
안부를 물어와서
버리고 갈 줄 아는 낙엽이나
붙들고 있다 하였더니
낙엽의 그 무게가
얼마냐 물어와서
바람에게 물어보라고
일러 주었네
고요도 몸져누운 뜨락에
낙엽이 지는 날에는
바람 따라 가고 싶으나
빈손이 부끄러워
산새 울어 금이 가는
먼 허공이나 훔쳐보고 있다네
-어느 가을날. 대우 스님-
일주문 지나 부도전 앞에서 스님의 시를 읽는다. 어떻게 지내냐고 안부를 물어와서 버리고 갈 줄 아는 낙엽을 붙들고 있다 하신다.
내장사 천왕문에서 우측 원적계곡으로 향한다. 평탄한 숲길이다. 작은 계곡 곁으로 난 길이다. 불출봉 갈림길에서 직진 원적암으로 간다. 9시 40분 원적암에 도착한다. 극락전 뒤편에 관음대불이 서 있다. 앞산 아래 멀리 사바세계를 살피시는 듯하다.
10시15분 벽련암에 도착한다. 대웅전 뒤 써래봉의 위용이 대단하다. 흡사 금강의 만물상 같은 암봉이 병풍을 둘렀는 듯 우뚝 솟았는데 그 아래 법당을 품에 안아 보호하듯 에워쌌다.
대웅전 앞 벽련선원 누각에 오른다. 석전 스님의 시가 기둥에 걸려있다.
제비가 왔네
제비가 왔네
반가운 제비가 왔네
벌써
삼칠일이 지났나!
어린 제비들이
어미를 향해
입을 열고 있구나
어머니
어머니
그리운 어머니
걸망을 메고
하늘 바다가 펼쳐진
고내장(고내장)으로 향합니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와 처마 밑에 둥지를 털었다. 어미 제비 부지런히 먹이를 구해 어린 새끼들 먹인다. 스님! 문득 어머니 모습 떠올렸군요.
건너편 바라보면 앞산과 하늘과 그 아래 골짜기 한 눈에 들어온다. 맑고 푸른 하늘만큼이나 크고 높고 숭고한 것이 어머니 사랑이지요.
앞산 작은 암봉 위 그림 같은 정자가 서있다. 만산홍엽 속 홀로 고요히 천상계 누각인양 아름답다.
벽련암은 백제 의자왕 20년에 창건한 암자로 서래봉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한국전쟁 때 소실되었다가 이후 복원되었다고 한다.
써래봉 방향 갈림길에서 우측 하산 길로 내려간다. 차량통행이 가능한 시멘트포장 도로를 걷는다. 이윽고 일주문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