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울산 간월재 하늘억새길 트레킹

雲舟미카엘 2020. 12. 1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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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간월재 하늘억새길 트레킹

 

일시 : 2020년 10월 24일

 

코스 : 베내골2주차장-간월재휴게소 약 6km

 

경주휴게소에서 차박하고 차량으로 이동 베내골제2주차장에 도착한다. 벌써 주차장은 거의 만차이다. 조금만 늦었어도 주차를 못할 뻔했다. 주말이기도 하고 억새철이라 그런 듯하다. 아침 식사 전에 이동한 것이 주효했다. 날씨가 엄청 춥다. 바람도 많이 분다.
신불산과 간월산 사이 가르마처럼 잘록한 간월재 마루는 영남알프스의 관문이었다. 5만 평의 드넓은 억새밭은 백악기 시대 공룡들의 놀이터였으며 근래엔 배내골 주민, 울산 소금장수, 언양 소장수 등 장꾼들이 줄을 지어 넘었던 삶의 길이었다. 주민들은 시월이면 간월재에 올라 억새를 베어 다발로 묶어 소 길마에 지우고 또 지게에 한 짐씩 지고 내려와 억새 지붕을 이었다고 한다.
9시 30분 산행을 시작한다. 주차장 입구에서 좌측으로 가다 곧 우측 임도를 따라 걷는다. 시멘트 포장 임도다. 길은 평지와 다름없는 편안한 길이다. 가족 동반 산행객이 많다. 노변은 키 큰 소나무, 낙엽수들 울창한 숲이라 좋은 그늘을 만든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코스다.
부지런한 이들은 벌써 하산하고 있다. 도대체 어느 시각에 올랐단 말인가. 반려견을 동반한 이도 있다. 사랑하는 건지 학대하는 건지 모를 일이다. 방송국 취재차량이 지난다. 좋은 계절이라고 가을 정취를 보도하려나 보다. 임도는 이제 비포장이다. 단풍은 들기 전인데 잎은 벌써 말라버렸다. 초라한 모습이 쓸쓸하다.
간월재 1.75km 전방 지점을 지난다. 우측 멀리 가지산 운문산이 함께 하려하는 듯 따른다. 임도는 포장 구간 비포장 구간을 반복한다. 걸어온 임도는 산허리를 띠 두른 듯 감고 돌고 영남알프스 산줄기는 하늘가에 닿아 부드러운 곡선을 그린다.
우측은 온통 산이다. 능동산인가 재약산인가? 어디가 어딘지 분간키 어렵다. 능선에서 흘러내리는 산줄기는 힘이 넘친다. 뻗어 내린 모습이 어찌 저리도 강건할 수가 있단 말인가. 잘 생긴 근육남 보듯 시선을 빼앗긴다.
영남알프스는 조망하는 경치가 정말 좋다. 11시 18분 간월재에 도착한다. 간월평전은 인산인해다. 억새꽃 물결이 온 산을 뒤덮는다더니 사람의 물결이 억새밭을 점령했다. 남녀노소 선남선녀의 전시장이다. 자전거 동호인들도 많이 보인다. 억새만큼이나 사람이 많다.
억새는 절정기를 막 지난 듯하다. 때를 맞추기란 정말 어렵구나 싶다.
휴게소 앞 광활한 간월재 평원에서 바람과 더불어 구름을 희롱하며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억새를 본다. 대자연이 창조하는 경이로운 아름다움에 또 한번 감동한다. 시인 최병암이 ‘신불산 간월재’를 읊었다.

 

혹시 폭염에 지친 어느 여름날
구름 아래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숨 막히듯 힘겹게 느껴지시거든
이곳 신불산 간월재에 올라오시라
올라와 세상 가득 찬 운무를 밟고 서서
찬란한 태양과 새파란 하늘을 맞으시라
또 지척 오만 평 억새밭에 너울대는
고된 생을 진 짐꾼들의 떠도는 영혼들을 만나시라

 

혹시 비바람 몰아치는 어느 궂은 날
비구름에 둘러싸인 세상일들이
두렵고 원통하게 생각되시거든
이곳 신불산 간월재에 올라오시라
올라와 저 아래 왕방곡 죽림굴 숫막터
새 하늘과 새 땅 그리던 민초들을 생각하시라
또 조국의 운명을 놓고 좌우로 갈라져
목숨을 들풀같이 태운 저 젊은 전사들을 기억하시라

 

혹시 날도 저물고 밤안개 어스름한 날
삶의 의욕이 안개처럼 흩어지고
남은 삶 갈 길 몰라 문득 공허하시거든
이곳 신불산 간월재에 올라오시라
올라와 잃어버린 주인 한없이 기다리는
갈색 개 한 마리의 순진한 눈망울을 마주보시라
또 수많은 인생들의 소원 가득 품고 우렁차게 흐르는
파래소폭포 그 맑고 힘찬 물소릴 듣고 가시라

 

외국인들이 더러 보인다. 부부인 듯한 두 쌍이 식사를 한다. 그들 나라 음식을 먹는 듯하다. 이젠 우리 산하가 그들에게도 알려진 것인가 감격스럽다. 다가가 대화를 시도해본다. 한국말 하느냐고 묻는다. 조금 한단다 다행이다. 인도인이다. 일하러 한국에 와 살고 있는 인도인이다. 나도 인도 여행한 적 있다고 말하며 반가움 반 고마움 반 인사를 나누며 그들이 이 나라를 사랑하길 바란다.
간월제휴게소에는 간편식을 먹고자 수많은 사람들 줄을 섰다. 긴 줄은 짧아질 기색이 없다. 시간이 가도 좀처럼 줄이 줄어들지가 않는다. 바람 자는 양지쪽 언덕 아래 도시락으로 요기하고 왔던 길 되돌아 하산한다.
2시 20분 주차장 도착. 귀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