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한여울길 5코스 트레킹
철원 한여울길 5코스 트레킹
일시 : 2020년 5월 25일(월)
코스 : 노동당사-지뢰꽃산방정자-지뢰꽃길-생태숲녹색길-봉수대오름길-소이산 정상-노동당사
노동당사 주차장에 주차하고 10시 50분 트레킹을 시작한다. 지뢰꽃산방 정자를 만난다. 정자에 올라서니 정면에 노동당청사가 보인다. 지뢰밭 곁을 지난다. 철조망 위에 철원문학동아리 시인들의 시를 걸었다. 읽으며 사진 찍으며 가자니 걸음이 더디다. 전쟁의 현장에서 아름다운 시를 읽다니 평화를 염원하는 그 진정이 눈물겹다.
경로당에 모여
기억 속에 똬리 틀은 고향 자랑을
국수 타래처럼 풀어내던 노인들
점심으로 라면을 끓였는데
만물박사 평양 김씨
라면 한 개 풀면 오십 미터라 한 것뿐인데
셈이 빠른 황해도 최씨 노인
휴전선 이십 리는 라면 여덟 상자라
속없이 이야기한 것뿐인데
오늘 라면은 매웠나 보네요
노인들 눈자위가 붉은 것을 보면
라면을 그대로 남긴 것을 보면
경로당 구석에서는
라면 끓는 검은 솥만
덜컹덜컹 기차 소리를 냅니다
-라면 여덟 상자. 정춘근-
철조망 따라 가는 지뢰밭길에 야생화 꽃길을 가꾸었다. 죽어간 용사들 그들은 채 피지 못한 꽃들이어라. 이제 야생화로 다시 태어났구나. 전장의 지뢰밭과 무영용사 그리고 전쟁과 삶과 죽음, 사랑을 읊은 시와 5월 찬란한 햇살 아래 눈부시게 어여쁜 이름 모를 한 떨기 꽃들 아! 이를 어찌할거나 태초 이래 인간이 저지른 수많은 최악들을 어찌할거나.
월하리를 지나
대마리 가는 길
철조망 지뢰밭에서는
가을꽃이 피고 있다
지천으로 흔한
지뢰를 지그시 밟고
제 이념에 맞는 얼굴로 피고 지는
이름 없는 꽃
꺾으면 발밑에
뇌관이 일시에 터져
화약 냄새를 풍길 것 같은 꽃들
저 꽃의 씨앗들은
어떤 지뢰 위에서
뿌리 내리고
가시철망에 찢긴 가슴으로
꽃을 피워야 하는 걸까
흘깃 스쳐가는
병사들 몸에서도
꽃 냄새가 난다
-지뢰꽃. 정춘근-
지뢰꽃길 끝 지점에서 좌측으로 오르막 계단을 오른다. 이후 산허릴 감도는 우회길이다. 걷기 좋은 자연생태숲이다. 아카시아 향이 너무 달콤하다. 꽃잎이 져 길 위를 덮었다. 꽃향기에 취해 걸음이 더뎌진다.
마지막 정상 가는 구간은 임도를 걷는다. 12시 58분 소이산 정상 팔각정 전망대에 섰다. 휴전선 주변 철원평야가 한눈에 든다. 조망이 아주 좋은 곳이다. 멀리 북방한계선 너머 북한 땅을 바라본다. 희미하게 보일뿐 어디가 어딘지 모를래라.
트레킹 종료 이후 경기도 가평 적목용소폭포로 이동한다.
소이산
해발 362m의 낮은 산이지만 철원평야와 비무장지대의 조망점이다. 고려시대부터 봉수대가 설치되어 경흥선 봉수로에 속해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