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시
가정
雲舟미카엘
2011. 9. 9. 10:38
728x90
가정
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 전등이 켜질 무렵을
문수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십구문반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육문삼의 코가 납작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얼음과 눈으로 벽을 짜올린
여기는 지상
연민한 삶의 길이여
내 신발은 십구문반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버지가 왔다.
아니 십구문반의 신발이 왔다..
아니 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시 : 박목월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