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시

가정

雲舟미카엘 2011. 9. 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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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 전등이 켜질 무렵을

문수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십구문반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육문삼의 코가 납작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얼음과 눈으로 벽을 짜올린

여기는 지상

연민한 삶의 길이여

내 신발은 십구문반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버지가 왔다.

아니 십구문반의 신발이 왔다..

아니 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시 : 박목월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