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시

雲舟미카엘 2017. 3. 25. 13:43
728x90

 

 

비 오자 통도사 극락선원 섬돌 위로

달팽이 한 마리 자신의 집을 지고 찾아온다

집과 같은 업을, 업과 같은 집을 버리고

떠도는 구름처럼 흘러가고 싶다며

흐르는 물처럼 떠돌며 살고 싶다며

여름 선방으로 달팽이 한 마리 찾아온다

오동잎 아래에서 비 피하면 노승이 비켜서고

일대기를 모두 적시는 빗발 속으로

달팽이가 밀고 온 그 길이 따뜻해진다

 

: 정일근